홋카이도·치토세시(포로피나이)
시코쓰호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호수 건너편까지 바라보다
시코쓰호 북쪽에 있는 포로피나이는 삿포로 시내에서 차로 1시간 정도야. 주차장 바로 앞에 호수가 펼쳐져 있어. 봄에는 눈이 남은 산을 보며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먹고, 여름에는 친구와 점심으로 히메마스를 나눠 먹고, 가을에는 단풍 속에서 바이크로 돌아갈 채비를 해. 아리아케에서 차를 실은 페리를 타고 홋카이도로 건너온 뒤, 길게 여행할 때마다 들렀던 호숫가 이야기야.
산에 눈이 남아 있는 봄, 호수가 눈부신 여름, 숲의 단풍을 바라보는 가을. 봄·여름·가을 탭에서 마음에 드는 계절의 포로피나이로 같이 떠나 보자. 봄에는 홋카이도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테라스의 소프트아이스크림으로 여행을 시작했어.
봄4월 하순~5월 상순, 오전 늦게
산에 남은 눈을 바라보며 테라스에서 소프트아이스크림
홋카이도를 한 달쯤 돌아보는 봄 여행. 오아라이에서 페리를 타고 도마코마이에 도착한 날은 항구 근처에서 묵고, 다음 날 아침 첫 목적지로 시코쓰호를 골랐어. 여행의 시작은 호수를 보며 달콤한 걸 먹기로 했거든. 저녁에 오아라이항을 떠난 배 갑판에서 멀어지는 항구의 불빛을 바라본 뒤 일찍 잠들었더니 몸도 어느새 완전히 개운해졌어. 4월 말, 맑은 날 오전 늦게 도착해 약 50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댔어.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사서 호수를 향한 나무 테이블로 갔어.
크림색 코트 자락을 다듬고 벤치에 앉자 눈앞이 탁 트였어. 파라솔 아래서도 난간 너머로 호수와 산이 보였어. 호수 수면은 잔잔하게 반짝이는데 산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었어. 봄의 시코쓰호에서는 이런 풍경을 보며 달콤한 걸 먹을 수 있구나.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한입 먹고 나머지 한 손은 나무 테이블에 얹었어. 차갑고 달콤한 맛을 즐기며 산에 남은 눈에서 호수로, 호수에서 가까운 나무로 시선을 옮겼어. 막 새잎이 돋기 시작한 나무와 멀리 있는 산이 하나의 풍경 안에 함께 담겨 있는 게 좋았어. 사진에 어디까지 담을까 생각하다가 테이블 앞에 앉은 채 계속 바라보기로 했어. 초록 파라솔 그림자가 조금씩 옮겨 가고, 코트 소매에 드리운 햇살이 어느새 손목까지 옮겨 와 있었어.
시코쓰호는 수심이 깊고 수량도 많아 겨울에도 거의 얼지 않는 호수래. 눈이 남은 산 아래, 수면만은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어. 겨울 내내 이 호수는 얼지 않고 물결치고 있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바라보니 물가로 밀려오는 잔물결까지 어쩐지 든든해 보였어.
포로피나이에서는 봄에 포장해 갈 수 있는 소프트아이스크림과 간단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어. 나는 다 먹을 때까지 여기서 움직이지 않기로 했어. 한입 먹고, 산을 보고, 다시 호수를 봤어. 아이스크림 한 방울이 콘 가장자리를 따라 흘러내리는 걸 서둘러 핥아 먹고 다시 호수로 시선을 돌렸지.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콘 끝까지 다 먹었어.
그다음 호수 쪽으로 걸어가 봤어. 부두에서는 낚싯대를 빌려 낚시할 수 있고, 우구이나 아메마스가 잡힌대. 내가 낚싯줄을 드리우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정작 잡히면 바늘은 어떻게 빼지 하는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꽉 차 버렸어. 부두 끝에서 발밑을 내려다보니 얕은 물속 돌멩이까지 하나하나 셀 수 있을 만큼 잘 보였어. 그 생각에 골똘해 있는 동안에도 부두 끝 수면은 테라스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르게 빛나고 있었어.
차로 돌아와 여행 메모 첫 장에 “시코쓰호에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이라고 적었어. 여름에 다시 오면 시코쓰호 칩 요리도 먹자고 그 아래 덧붙이고 다음 마을로 출발했어.
여름8월 맑은 날 오전 늦게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호수 건너편까지 바라보다
오마에서 하코다테로 오픈카째 건너온 여름 홋카이도 여행도 이제 1주일 남았어. 마지막 며칠에 맞춰 같이 달리던 친구가 비행기를 타고 홋카이도까지 와 줬어. 공항에서 친구를 태우고 오픈카 지붕을 연 채 시코쓰호로 향했어. 포로피나이의 자갈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자마자 호수 수면과 건너편 산이 보였어. 차에서 내리자 바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게 참 좋더라. 8월 늦은 오전의 햇살이 눈부셔서 손을 이마 위에 대고 호수 저편까지 바라봤어.
검은 부츠로 자갈을 밟고 차 곁에 서니 등 뒤로 나무가 이어지고 눈앞에는 호수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어. 친구는 차 반대편으로 돌아가 같은 풍경을 보고 있었어. 뭘 시작하기 전에 우선 이 자리에 서 있고 싶었어. 도착해서 이렇게 잠시 머무는 것도 호수 드라이브의 묘미구나.
시코쓰호는 둘레 약 40.3km, 최대 수심 360m인 칼데라호야. 일본에서 두 번째로 깊은 호수래. 약 4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생겼고, 주변에는 산과 숲이 있어. 발밑의 자갈밭 바로 너머부터 그렇게 깊은 물이 이어진다니, 물가에 서서 바닥을 들여다봐도 도무지 상상이 안 됐어.
눈앞에서는 수면의 잔물결이 보이고 멀리에는 산의 윤곽이 보여. 가까운 곳과 먼 곳을 번갈아 바라보다 보면 그냥 파란 호수라고만 생각했던 풍경도 여러 모습으로 보여. 친구가 “사진을 찍고 나서도 계속 보고 싶네”라고 해서 나도 손을 이마에 댄 채 고개를 끄덕였어.
호수 쪽으로 걸어가니 페달 보트와 대여 보트 선착장이 보였어. 친구는 “저걸 타고 건너편까지 경주할까?”라며 씨익 웃었어. 내가 “건너편까지는 너무 멀 것 같은데?” 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더니 친구는 “농담이야”라며 웃었어. 오늘은 타지 않고 물 위에 나가면 어떤 풍경일지 상상만 했어.
점심으로는 시코쓰호 칩이라고 불리는 히메마스가 궁금했어. 바다로 내려가지 않고 평생 이 호수에서 살아가는 홍연어의 한 종류래. 1894년에 아칸호에서 옮겨 왔다고 해. 물벼룩 같은 작은 생물을 먹고 자란대. 포로피나이 식당에서는 여름에 소금구이나 튀김으로 즐길 수 있어. 친구와 소금구이로 먹을지 튀김도 곁들일지 얘기한 뒤, 나는 소금구이를 골랐어.
음식을 테라스 자리로 가져와 호수를 보며 한입 먹었어. 껍질은 바삭하고 살은 통통하면서 부드러웠어. 조금 전까지 바라보던 호수에서 자란 생선이라고 생각하니 난간 너머 수면과 접시를 자꾸 번갈아 보게 되더라. 친구는 튀김 한 조각을 나눠 줬고, 나도 소금구이를 조금 건넸어. 둘이 같은 호수에서 난 생선을 나눠 맛본 것도 여름의 즐거운 추억이 됐어.
점심을 다 먹고 나니 다음 목적지는 천천히 정해도 될 것 같았어. 오늘은 먼 거리를 달리기보다 여기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 호수를 보고, 히메마스를 맛보고, 다시 수면으로 눈길을 돌렸어.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친구와 아까 먹은 소금구이 얘기만 했어.
가을눈이 쌓이지 않은 맑은 10월 오후
미리 보내 둔 바이크를 타고 단풍 든 호숫가로
오아라이에서 차를 배에 싣고 건너온 가을 홋카이도 여행은 중간부터 바이크로 갈아타고 이어 갔어. 출발 전에 운송을 맡겨 치토세 숙소로 보내 둔 파란색과 흰색 바이크를 타고, 10월 맑은 오후 단풍 든 국도 453호선을 달려 시코쓰호로 향했어. 앞을 보고 핸들을 잡은 채 달리다 커브 너머로 단풍이 다가올 때마다 헬멧 안에서 작게 탄성이 새어 나왔어. 호수가 보이자 스로틀을 풀고 천천히 포로피나이로 들어갔어.
호숫가 내륙 쪽 자갈 주차장에 바이크를 세우고 사이드스탠드를 내렸어. 검은 라이더 재킷과 부츠 차림 그대로 헬멧은 시트에 올려두고, 우선 호수를 바라봤어. 호수 건너 산에도 주차장 안쪽 숲에도 단풍이 보였고, 그 사이사이에는 아직 푸른 나무들도 섞여 있었어.
여름에 차 곁에서 봤을 때는 넓은 호수가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가을에는 산과 숲 쪽으로 시선이 가네. 호수를 바라본 뒤 나무들로 눈길을 옮기니 또 다른 게 보여서, 아까 찍은 사진에는 없던 단풍 든 비탈도 한 장 더 담았어. 그 사진에는 단풍 든 비탈 아래로 호숫가의 선까지 딱 담겼어.
장갑을 벗은 채 호수 쪽으로 걸어가 봤어. 가을은 시코쓰호 칩의 산란기라 샘물이 솟는 곳에서는 붉은빛으로 물든 히메마스도 볼 수 있대. 샘물이 어디서 솟는지도 모른 채 물가를 따라 몇 걸음 걷고 쪼그려 앉기를 반복했지만 나는 발견하지 못했어. 그래도 이 호수 어딘가에서 여름에 먹었던 것과 같은 물고기가 몸빛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하니, 물가의 자갈 사이까지 눈으로 찾아보게 됐어.
물가에 도착하니 바람이 서늘해서 라이더 재킷 깃을 세웠어. 달릴 때는 몰랐는데, 10월 호숫가는 햇볕 드는 곳과 그늘의 체감 온도가 꽤 달랐어. 햇볕 드는 곳으로 돌아오자 안도감이 들며 어깨 힘이 풀렸어. 햇볕이 드는 자갈 위에서 장갑을 두 손으로 문지르고 테라스로 걸어갔어.
그 뒤에는 포로피나이 식당 테라스에서 잠깐 쉬었어. 간단한 음식과 디저트도 있어서 달콤한 걸 하나 골랐어. 재킷 앞을 열고 자리에 앉으니 단풍 든 산이 바로 앞에 보였어. 난간 가까운 자리는 여름에 함께 달리던 친구와 소금구이를 먹었던 자리라, 나눠 먹은 튀김 맛까지 떠올랐어. 한입 먹을 때마다 호수 건너편 단풍 든 비탈로 눈길이 갔고, 달려오느라 차가워진 손이 조금씩 따뜻해졌어.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바이크 옆으로 돌아와 장갑을 끼고 소매 끝을 정리했어. 숙소까지 아직 밝을 때 도착하고 싶어서 서둘러 준비했어. 헬멧을 쓰고 엔진을 켠 뒤, 자갈 밟는 소리를 확인하며 주차장을 나섰어. 숙소에 도착하면 여름에 왔을 때 찍은 사진과 오늘 찍은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고 싶어.
이야기 부분은 해당 명소에서 영감을 얻은 허구입니다. 정확한 정보는 공식 관광 사이트나 정보 사이트에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역 먹거리
시코쓰호 칩(히메마스)
포로피나이 식당에서 소금구이나 튀김으로 즐길 수 있는 호수의 명물이에요. 호수를 바라본 뒤 점심으로 맛보면 좋아요.
볼거리
차에서 내리자마자 만나는 호숫가 풍경
포로피나이는 시코쓰호 북쪽 호숫가에 있어요. 차에서 내리면 바로 호수와 건너편 산이 보이고, 저는 여름 햇살 아래 이마에 손을 대고 호수 저편까지 바라봤어요.
호수의 명물 히메마스
시코쓰호 칩이라 불리는 물고기예요. 점심에는 소금구이나 튀김으로 맛보고 싶어요.
도로와 장소 정보
국도 453호선에서 포로피나이로
- 삿포로 시내에서 차로
- 삿포로 시내에서 차로 약 1시간
- 호수 최대 수심
- 시코쓰호 최대 수심 360m
차로 걸리는 시간은 치토세 관광연맹에서 안내하는 기준이에요. 수심은 호수 자체의 최대 수심을 뜻해요.
호숫가에 차를 세우고 풍경을 보며 점심을 즐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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