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기 · 2025-10-24
WANGAN -ZQQ LIMITER-
배기량 999. 체구가 작은 내가 이 바이크를 선택한 이유는 하나. 가볍고, 빠르다. 가벼움이 정의. 무언가에 이끌리듯 치마 차림 그대로 다리를 걸치고 밤거리로 미끄러져 나간다.
목적지는 완간. 한밤중일 텐데 왠지 하얗게 빛나 보이는 끝없는 직선도로. 다리를 다 건너자 세상이 단번에 열렸다.
1단, 120. 2단, 180. 3단, 220. 4단, 260에 리미터. ……말도 안 돼, 이렇게 쉽게. 풍경이 빛의 리본이 되어 뒤로 흘러간다. 왼발이 멋대로 5단을 차올린다. 299. 잠깐, 설마 6단까지 남아 있는 거야?
디지털 미터기는 299에서 얼어붙은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속도만이 서서히 올라간다. 무섭다. 정말 무섭다. 그런데도 오른손은 액셀을 풀려 하지 않는다.
그때, 트럭이 끼어들었다. 풀 브레이크. ——안 돼, 미처 멈출 수 없어. 뒷바퀴가 뜨고 차체가 꺾일 듯이, 나는 그 그림자 속으로 내동댕이쳐진다. 모든 것을 하얀 섬광이 집어삼키고——
——헉, 하고 잠에서 깼다. 방에는 아직 아침의 부드러운 빛이 막 스며들기 시작했을 뿐. 꿈인가. 그런데도 심장은 299에 들러붙은 채 쿵쾅거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방금 건 달려서는 안 되는 거였다. 나는 진지하니까 제대로 반성한다. 하지만 손끝은, 아직 아주 조금 6단을 찾고 있었다.